고소한 뒤 상대가 사과하며 합의를 제안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고소인이 알아 둘 것은, 합의 그 자체보다 합의하면서 어떤 의사표시를 하느냐가 사건의 결과를 바꾼다는 점입니다. 명예훼손고소 사건에서는 문제 된 부분이 모욕이냐 명예훼손이냐에 따라 그 의사표시의 이름과 효과가 조금씩 다릅니다.
모욕은 고소를 취소하면 끝납니다
모욕은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이므로, 고소를 취소하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집니다. 수사 중이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고, 이미 재판이 열렸다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 여러 사람이 함께 모욕한 공범 관계라면 그중 한 사람에 대한 취소가 다른 공범에게도 효력을 미칩니다(제233조). 한 사람과만 합의하려 한다면 이 점부터 따져 보아야 합니다.
명예훼손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형법상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 제70조의 죄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표시되면 더는 공소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재판 중이라면 공소기각 판결로 끝나는데, 이때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7호입니다. 흔히 처벌불원서라고 부르는 서면이 이 뜻을 담는 문서입니다. 처벌불원서에는 어느 사건인지 알 수 있도록 접수한 경찰서나 사건번호, 피고소인, 대상이 된 표현을 적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오해의 여지가 없는 문장으로 씁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런 뜻이 확인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이 되므로, '공소권없음'을 이유로 송치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수사준칙 제51조 제1항 제3호). 결정의 이유와 이후 절차는 불송치 뒤 이의신청 문서에 정리했습니다.
언제까지 할 수 있고, 왜 한 번뿐인가
고소 취소와 처벌을 원한다는 뜻의 철회는 모두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제3항). 1심 판결 뒤에 합의하면 공소기각의 효과는 생기지 않고, 형을 정할 때 범행 뒤의 정황으로 참작되는 정도에 그칩니다(형법 제51조 제4호).
더 중요한 것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할 수 없고, 처벌을 원한다는 뜻을 철회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제232조 제2항·제3항). 약속한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취소를 무를 수는 없으므로, 처벌불원서를 언제 낼지는 합의 내용이 실제로 이행된 뒤로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합의서에 적어 둘 것
합의서는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무엇을 약속했는지 보여 주는 기준이 됩니다. 다음 항목을 문장으로 분명히 적어 두세요.
- 대상 — 어느 게시물, 어떤 표현에 관한 합의인지 주소와 날짜로 특정
- 상대가 할 일 — 게시물 삭제, 같은 내용을 다시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 정정이나 사과의 방식
- 금전 지급 — 지급 방법과 날짜, 나눠 받는다면 회차별 금액과 날짜
- 처벌불원·고소 취소 — 어느 죄명, 어느 사건까지 포함하는지와 제출 시점
- 민사 청구 — 이번 합의로 손해배상 청구까지 정리하는지 여부
특히 5번은 빠뜨리기 쉽습니다. 형사 절차를 정리하는 합의와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끝내는 합의는 다르므로 어느 쪽까지인지 적어야 합니다. 명예를 해친 데 대한 손해배상은 형사 절차와 별개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1조). 또 민법 제764조는 피해자가 청구하면 법원이 손해배상에 더해, 또는 손해배상을 대신해 명예를 되찾는 데 알맞은 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합의 제안을 받았다고 바로 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소 취소나 처벌불원은 되돌릴 수 없으므로 조건을 글로 받아 보고 충분히 생각한 뒤 정하세요. 상대가 합의를 재촉하며 되풀이해 연락한다면 그 연락도 날짜와 함께 기록해 둡니다. 명예훼손고소의 합의는 피해자인 고소인이 내리는 결정이므로, 주변에서 합의를 권하더라도 스스로 납득한 조건인지 다시 따져 보세요. 상대가 사과문이나 정정 글을 올리기로 했다면 그 문구와 게시 위치, 게시 기간까지 미리 정해 두어야 약속이 지켜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욕과 명예훼손이 섞인 사건이라면 두 부분의 효과가 다르다는 점은 모욕과 고소 요건 문서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리인이 대신 고소를 취소할 수도 있나요?
A. 고소와 그 취소는 대리인을 통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6조). 다만 대리인에게 취소 권한까지 맡겼는지가 분명해야 하므로 위임 범위를 서면으로 정해 두세요.
Q. 돈은 받되 처벌불원서는 내지 않기로 정할 수도 있나요?
A. 합의의 내용은 당사자가 정하는 것이므로 금전 지급과 처벌불원을 나눠 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상대는 보통 처벌불원을 전제로 합의를 제안하므로, 합의서에 서로의 기대를 빠짐없이 적어 두어야 나중에 말이 엇갈리지 않습니다.
정리
정리하면, 모욕 부분은 고소 취소로, 명예훼손 부분은 처벌불원 의사표시로 사건이 끝날 수 있고, 둘 다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한 번만 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고소 뒤 합의를 검토한다면 이행이 끝난 다음 의사표시를 하는 순서를 지키세요. 그 밖의 질문은 안내 첫 화면에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51조·제312조,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3항, 형사소송법 제232조·제233조·제236조·제327조 제6호·제7호, 수사준칙(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51조, 민법 제751조·제764조, 공소청법(2026-10-02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